10년 넘게 이어 온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의 끝을 앞둔 지휘자 진솔은 “말러 작품을 꼭 50대가 연주해야 된다는 법칙은 없지 않으냐”라며 “‘말러만 생각하자’고 모인 20, 30대 친구들이 연주했을 때의 그림을 기대해 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아르티제 제공
“‘나 정도도 하는데, 누가 못하겠어요’란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10년 넘는 대장정을 끝내는 마지막 무대를 앞둔 지휘자 진솔(39)의 말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을 꾸려 이듬해부터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10곡) 연주를 지휘해 왔다. 그동안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없지 않았지만, 민간 오케스트라가 전곡을 완주하는 건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로 마침표를 찍는다.
진 지휘자는 1일 서울 서초구 피네타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클래식 업계가) 닫혀 있는 느낌이 강했기에 감히 이 무대를 끝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린 날에 용기 있게 시작한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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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에서 공부한 그가 말러리안을 창단한 건 20대 후반. 많은 예산을 들여 귀국 독주회를 열고 ‘작은 부름’을 기다리는 평범한 진로 대신, 말러를 사랑하는 젊은 연주가들을 모아 “에라 모르겠다”며 ‘질러’ 본 게 말러리안의 시작이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즐겨 사용한 말러의 교향곡은 지휘자와 악단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특히 교향곡 8번은 1910년 초연 당시 1000명이 넘는 연주자가 동원돼 ‘천인 교향곡’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진 지휘자에게도 지난 10년은 새로운 난관의 연속이었다. 연주가 가장 불안했던 작품으로는 ‘교향곡 7번’을 꼽았다. 그는 “공연 전날까지 단원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있는 것 같았는데, 공연 당일 이상하게 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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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가장 달라진 건 말러와의 ‘관계’다. 처음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말러란 인물을 파고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 가깝게 느껴졌다고.
“‘나 말러랑 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는 말러의 매력을 “자신의 인생과 감정, 철학을 음악 안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눌러 담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길을 만드는 데 익숙한 진 지휘자는 클래식 문법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게임 및 서브컬처 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을 운영하며 ‘포켓몬’, ‘문명’ 등 세계적인 게임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해 라이선스 공연을 제작해 왔다. 그는 “어렸을 때 즐겨 하던 게임을 왜 클래식 아티스트는 한다고 하면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며 “말러도 지금 태어났다면 게임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는 “10년을 버틴 나의 완주가 젊은 연주자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은 클래식 지원이 10대 아티스트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20세만 넘어도 기운이 떨어져 가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무르익어 자신만의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단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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