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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10-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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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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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쓰면 되었고, 마음속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에 글을 한 편씩 써갈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혔고, 문장 하나를 고치는 데 오래 머물기도 했다. '나는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도 。。 잦아졌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 문장은 어디에서 끊어야 하는지,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은 어떻게 섞어야 하는지, 이야기는 어떤 순서로 풀어가야 하는지 알 듯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쓰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글쓰기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순간이었다. ▲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책 표지?어슐러 K. 르 귄의 글쓰기 작법서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항해의 방향을 잡는 배의 키를 형상화한 표지가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 비아북 그때 만난 책이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2024년 1월 출간)였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왔다. 왜 글쓰기를 '항해'라고 했을까. 글쓰기도 바다를 항해하는 일처럼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끊임없이 방향을 살피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일까.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궁금했다. 어슐러 K. 르 귄은 <어둠의 왼손>과 '어스시'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는 소설을 쓰는 사람을 위한 작법서다. 그런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에게는 단순한 작법서라기보다, 지금까지의 글쓰기를 돌아보고 。검해보라고 내미는 한 권의 교과서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내가 글쓰기를 어렵다고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늘어놓는 일이 아니라, 문장의 길이와 리듬, 시제와 인칭, 이야기의 흐름까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믿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문장의 길이에 관한 생각이었다. 나는 그동안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오마이뉴스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문장을 짧게 끊으려고 애썼다. 짧은 문장이 읽기 편하고 가독성이 높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르 귄은 이 익숙한 원칙에 제동을 건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길이가 아니라 '문장의 리듬과 변화'라고 말한다. 짧은 문장만 이어지면 오히려 글이 단조롭고 딱딱해질 수 있다. 긴 문장이라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짧고 긴 문장을 적절히 섞어 글 전체에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르 귄이 "문체란 리듬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해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문장이 반드시 짧아서 술술 읽히는 것이 아니다. 한 문장 안에서 생각과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호흡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길이가 있어도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나는 이제 문장을 줄이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어디에서 숨을 쉬고 어디에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심코 사용했던 시제의 힘 나는 브런치에 에세이를 쓸 때 주로 1인칭을 사용한다. 내가 경험한 일과 그때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글이 많기 때문에 '누가 이야기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식하면서 써왔다. 그런데 르 귄의 글을 읽으며 돌아보니, 시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브런치에 내가 쓴 글을 다시 펼쳐보았다. 2년 전 런던 여행을 떠올린 한 에세이에는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문장과 지금의 생각을 담은 현재형 문장이 함께 있었다. "이 그림을 알게 된 것은 2년 전 런던 여행을 준비하면서였다"로 시작해 여행 당시의 일을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다가, 그림을 다시 바라보며 "그 아쉬움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현재의 마음으로 옮겨간다. 이어 "언젠가 다시 런던에 간다면"이라고 미래를 상상하고, 마지막에는 "그림을 바라보다 다시 생각한다"라며 현재로 돌아온다. 글을 쓰면서 나는 이런 시제의 변화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르 귄은 시제를 단순히 문법적인 선택으로만 보지 않는다. 현재 시제는 사건을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하는 데 적합하고, 과거 시제는 시간과 장소를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내가 쓰던 문장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나는 시제를 '내키는 대로'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정, 미래의 기대를 오가며 나도 모르게 시간의 흐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을 글쓰기의 방법으로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시제를 쓸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지금 이 장면을 과거형으로 이야기할 것인지, 현재형으로 가져올 것인지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시간과 거리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문법과 시제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에 꼭 플롯이 필요할까 스토리텔링을 다룬 부분에서는 책 제목이 왜 '항해하는 글쓰기'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 구조를 따라가며 읽는 편이다. 어떤 인물이 등장하고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살피고,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대목을 만나면 '나는 왜 여기에서 재미를 느꼈을까, 왜 마음이 움직였을까'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움직이는 플롯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플롯은 쉽게 말해 이야기 속 사건들이 인과관계를 갖고 배열되면서 만들어내는 구조, 즉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그것이 다음 사건으로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장치다. 그런데 르 귄은 플롯을 스토리텔링의 유일한 해답으로 보지 않는다. 플롯은 좋은 도구이지만 반드시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물과 대화, 상황과 장소를 따라가면서도 이야기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책 제목이 왜 '항해하는 글쓰기'인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쓰기도 정해진 목적지만 향해 가는 일이 아니라, 인물과 장면의 움직임을 살피며 때로는 방향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미리 정해놓기보다 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피면서 그 흐름을 따라갈 필요도 있다. 이제는 문장을 '쓰는' 사람에서 '살피는' 사람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은 작법의 비법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은 문장 길이와 반복, 형용사와 부사, 인칭과 시제, 시., 스토리텔링 등을 다루고, 각 장마다 직접 문장을 써볼 수 있는 연습문제를 제시한다. 아쉬움도 있었다. 영어권 작가의 글쓰기 방법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보니 구두법이나 문법에 관한 일부 설명은 우리말 글쓰기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의 문장 구조가 다른 만큼, 책의 원칙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우리말 문장에 맞게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글을 쓰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앞으로는 글을 다 쓴 뒤 맞춤법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의 길이와 리듬은 적절한지, 시제가 의도에 맞는지, 인물과 장면이 제대로 살아 있는지 다시 살펴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뿐 아니라 '나는 그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에세이나 회고록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배울 것이 있고, 배울 것이 있기 때문에 계속 써볼 이유가 생긴다. 르 귄은 글쓰기를 예술인 동시에 기술과 제작의 영역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 자체에 글쓰기의 기쁨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직 배울 것이 많은 글쓰기의 바다에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이제는 문장을 목적지까지 서둘러 데려가려고만 하지 않으려 한다.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면서 내 문장의 리듬을 찾아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손오공사이트 . 1월 출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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