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사법부 독립 문제를 두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위원들이 정면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국회는 대법관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의 압박에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범여권이 거취 압박과 법적 고발을 예고하면서다.
범여권 위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을 앞세워 정치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여기에 청와대 역시 신속한 재제청을 촉구하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218일째 이어진 대법관 공석 사태를 둘러싼 정국 갈등은 한층 고조됐다.
曺 “대통령 협의는 의무 아닌 협력”… 대법관 공석 사과했지만 ‘재제청 거부’ 입장 고수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기관장 자격으로 출석해 인사말을 통해 헌법 제104조 2항을 근거로 일반증인 선서와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대법원장이 국회의 감시를 받는 일반증인 신분으로 선서할 경우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열린 첫 법사위 국감은 여야의 격한 충돌 속에 밤 11시를 넘어 종료됐다.
인선 지연에 사과하면서도 조 대법원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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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표 민주당 의원의 해명 요구에 조 대법원장은 “답변할 시간을 주시겠느냐”며 미리 준비해온 문서를 꺼내 읽었다. 조 대법원장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전속적 권한이며 이에 대한 간섭은 위헌”이라며 “과거 이뤄진 협의 역시 원활한 임명을 위해 사법부가 자진해 제공한 ‘임의적 협력’이었을 뿐 의무가 아니며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써 이미 헌법상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법원장이 협의를 하지 않아도 헌법에 부합하다”며 “역대 정권 역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오전 내내 질의응답을 소화한 뒤 건강 악화를 이유로 오후 속개 회의에 불출석했던 조 대법원장은 국감 종료 직전인 오후 10시 53분쯤 회의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법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대법관 공석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해 주신 위원님들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는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격려금과 업무추진비 집행 논란에 대해서도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 그 내용을 국회에 설명드리는 과정에서 미흡한 .이 있었음을 인식하게 됐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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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계엄 당시 대법원 내부 회의 및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관련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고, 추가 질의 요구에는 “마무리 말씀을 드리려고 온 것이지 더 이상 질의를 받기는 어렵다. 아까 드린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며 제청권 간섭이 위헌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채 감사를 마쳤다.
與 “탄핵 사유” 맹공… 막말·퇴장 파행 속 野 2명 발언권 박탈
여야 공방은 국감 내내 격렬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재제청 거부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구체적 위헌이라 이는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부 독립이 짓밟히는 나라를 원하느냐. 헌법에 아무 근거도 없는 재제청 요구를 한 이재명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맞섰다.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국감장은 막말 공방과 거친 설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사법부 독립을 내세워 정치적 체급을 키우며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고 몰아세우자 조 대법원장은 “너무나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연상케 하는 “부엉이바위로 긁혔냐”는 막말을 던져 서영교 법사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강제 정지당했다.
오후 국감에서는 서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이 정면충돌하며 한 국감에서 위원장이 야당 의원 2명의 발언권을 잇달아 정지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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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의원은 참고인(김경호 변호사)이 별도 의원 질의 없이 먼저 발언을 시작한 절차적 문제와 앞서 오전 조 대법원장에게 추가 발언 시간을 부여한 편파 진행을 따져 물었다.
서 위원장이 “위원장 영역을 넘나들지 말라”며 “표정과 목 흔드는 것 좀 보라. 아주 조직 폭력배 같다”고 비난하자, 박 의원은 “여자 깡패구만. 조직 폭력배는 되고 위원장 깡패라고는 못 하냐”고 맞받아쳤다. 고성이 오간 끝에 서 위원장은 국회법상 질서유지 권한을 내세워 “박형수 간사, 발언권 정지한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퇴장하는 등 감정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서영교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오후 회의 불출석에 대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오후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은 명백한 국회 모욕”이라며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른 법적 고발 조치를 통보했다. 청와대 역시 물러서지 않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편 공소청 출범에 따른 국정감사계획서 변경 안건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여야는 백성현 천안교도소장 등 2명에 대한 증인 채택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4명에 대한 참고인 채택을 철회하고, 기업인 증인을 권오중 우아한청년들 대표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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