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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10-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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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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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으로는 불가능한 얼음동굴 투어 ⓒ 최한결 아이슬란드, '얼음의 땅'이라는 나라 이름처럼 섬 곳곳에서 빙하를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이번 신혼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빙하 지대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일정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빙하 지대는 일반적인 관광지처럼 개인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얼음동굴 지역은 일반 차량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고 수시로 변하는 지형 때문에 안전을 위해 전문 가이드와 동행하는 투어를 예약했다. 피자 에지를 넘어 빙하를 향해 ▲ ?얼음동굴 지역과 슈퍼 지프 ⓒ 최한결 여행 둘째 날 아침, 예약 시간에 맞춰 비크(Vik)의 집결 장소로 향했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웃는 스페인 출신의 가이드, 미국에서 온 두 커플과 함께 우리 부부도 빙하를 찾아 차량에 올랐다. 투어는 엄청난 크기의 바퀴가 달린 '슈퍼 지프'를 타는 것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굳이 왜 이런 차를 타야 하나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됐다. 검은 화산 모래가 쌓인 벌판을 달리던 지프는 시냇물을 거침없이 통과했고 일반 차량으로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언덕을 지나가야만 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안전벨트에 의존한 채 쉴 새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한참을 달렸다. ▲ ?빙하 지대로 향하는 풍경. 이 일대에서 스타워즈도 촬영했다고 한다. ⓒ 최한결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는 주변 지형을 피자에 비유했다. 빙하 지대 가장자리를 따라 검은 모래와 자갈이 둑처럼 솟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피자의 두꺼운 에지 같다는 설명이었다. 빙하가 이동하며 운반한 퇴적물이 가장자리에 쌓여 만들어진 지형이었다. 피자 에지를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시 평평한 지형이 펼쳐졌고 멀리 거대한 빙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중간중간 주변을 가리키며 이 일대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일부 장면이 촬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끝없이 펼쳐진 검은 모래와 중간중간 솟아 있는 언덕들 뒤로 보이는 거대한 빙하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외계 행성과 같은 풍경이었다 바다이야기 사건 . 마녀의 이름을 가진 화산, 카틀라 ▲ ?이 지역의 빙하는 카틀라 화산 모래와 섞여 마치 외계행성 같은 모습이다. ⓒ 최한결 우리가 향한 곳은 '카틀라(Katla) 얼음동굴'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카틀라는 빙하가 아니라 화산의 이름이다. 아이슬란드 남부에는 미르달스요쿨(Myrdalsjokull)이라는 거대한 빙하가 있고, 그 아래에 카틀라 화산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찾아가는 얼음동굴은 미르달스요쿨 동쪽에서 뻗어 나온 빙하 지대에 형성된 곳이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카틀라 화산을 얼음이 덮고 있는 셈이다. 가이드는 카틀라라는 이름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해줬다. 아이슬란드 전승에 따르면 카틀라는 한 수도원에서 일하던 마녀였는데, 그녀에게는 입으면 바람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마법의 바지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양치기가 잃어버린 양을 찾기 위해 몰래 그 바지를 훔쳐 사용했고, 분노한 카틀라는 양치기를 죽이고 시신을 숨겼다. 시간이 지나 범행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카틀라는 그대로 빙하로 달아나 협곡에 몸을 던졌고 얼마 뒤 거대한 홍수가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를 마녀 카틀라의 분노라고 여겼고 빙하 아래 화산에도 그녀의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 카틀라는 여러 차례 분화하며 빙하를 녹여 거대한 빙하홍수를 일으켰다. 옛사람들이 마녀의 분노로 설명했던 현상에는 지질학적 현상이 담겨 있던 셈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검은 화산 모래와 얼음이 뒤섞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러한 전설이 생겨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은 바위도, 발밑도 얼음이었다 ▲ ?카틀라 얼음동굴 지역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 ⓒ 최한결 ▲ ?하차하고 처음 마주한 풍경. 얼음동굴에서 검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 최한결 빙하 아래쪽에서 하차하자 입이 떡 벌어졌다. 검은 모래와 흰 얼음이 뒤섞인 얼음동굴 입구에서 엄청난 양의 검은 물이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오리지날손오공 . 저승이 이런 모습일까. 그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크램폰(아이젠)과 헬멧을 착용하자 내가 진짜 빙하 지대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 ?얕아보이는 물 웅덩이, 깊이를 알 수 없다. ⓒ 최한결 가이드는 기다란 막대를 손에 들고 땅을 찌르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자국을 똑같이 밟으며 따라오라고 연신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은 땅처럼 보여도 언제 발이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잘못 발을 디디면 몸 전체가 빠질 수도 있다며 겁을 줬다. 얕은 빗물 웅덩이처럼 보이는 곳에 가이드가 들고 있던 곡괭이를 집어넣자, 1.5m 정도 되어 보이는 곡괭이가 끝까지 쑥 들어갔다. 절대 얕아 보이는 웅덩이에도 발을 딛지 말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섬뜩해지는 순간이었다. ▲ ?검은 화산 모래에 감춰진 얼음 ⓒ 최한결 이윽고 가이드가 검은 커다란 바위를 곡괭이로 찍기 시작했다. 바위가 쩍 하고 쪼개지더니 새하얀 속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바위가 아니라 얼음이었다. 크램폰으로 내가 디딘 땅을 긁어보니 검은 모래 아래로 얼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모두 얼음이었다. 단지 검은 화산 모래에 덮여 있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한 달 전에는 얼음동굴이었던 곳 ▲ ?얼음동굴 천장 위로 물이 흐른다. ⓒ 최한결 가이드를 따라 조심스럽게 빙하를 오르기 시작하자 양쪽으로 거대한 빙벽이 나타났다. 그런데 가이드가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얼음동굴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한 달 전 사진에는 분명 얼음으로 된 천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서 있던 곳에는 하늘이 훤히 드러난 채 양쪽의 빙벽만이 이곳에 얼음동굴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 짧은 사이에 거대한 얼음동굴의 천장이 녹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 ?얼음동굴 깊숙한 곳에서도 물이 흐른다. ⓒ 최한결 체리마스터 비법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빙하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녹기 때문에 2~3주에 한 번씩 가이드들이 새로운 동굴과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안전 조치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들어간 다른 동굴에서도 천장에서 물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동굴 안쪽에는 화산재를 머금은 검은 물줄기가 작은 강처럼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 ?얼음 속에 갇힌 기포들. 오랜 시간 눈이 쌓이고 압축되는 과정에서 공기가 갇힌 흔적이다. ⓒ 최한결 얼음동굴 벽에 손전등을 비추자 수많은 기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기포들이 빛을 받아 아름다운 보석처럼 반짝였다. 아주 오랜 시간 눈이 쌓이고 압축돼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갇힌 것이라고 했다. 얼음 일부를 깨서 사람들과 나눠 먹어보기도 했다. 가이드는 '얼음 크래커'라고 웃어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크레바스(Crevasse)였다. 얼음 표면에 난 작은 균열처럼 보여도 아래로는 수십 미터 깊이의 틈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난 틈의 크기만 보고는 실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좁아 보이는 틈이었지만 발을 내딛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가이드는 빙하 투어 가이드가 되기 위해 이런 크레바스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방법도 배운다고 했다. ▲ ?크레바스, 작은 균열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다. ⓒ 최한결 얼음동굴 투어를 마치며 슈퍼 지프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에도 빙하가 녹아 사방에서 물이 흐르고, 검은 화산재와 뒤섞여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카틀라 얼음동굴 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한 빙하의 규모도, 얼음동굴의 아름다움도 아니었다. 오히려 가이드가 보여줬던 한 달 전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얼음동굴이 남아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얼음이 녹고 물이 흘러 새로운 동굴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몇 년 뒤 다시 이곳을 찾더라도 같은 풍경을 보기는 어렵겠지. 오늘만 걸을 수 있었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그 순간이 더 소중했다. ▲ ?얼음동굴 지대에서 빙하 반대쪽을 바라본 풍경.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지형이 변하고 있다. ⓒ 최한결 ▲ ?아름다운 얼음동굴 내부 ⓒ 최한결 들고 있던 곡괭이